먼저, 둘은 같은 층위의 선택지가 아닙니다
“전세권설정등기를 할까, 확정일자를 받을까”라고 묻는 분이 많지만, 이 둘은 나란히 놓고 고를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확정일자는 그 자체로 아무 권리가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서에 공적으로 날짜를 찍어 두는 것일 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은 대항요건(주택의 인도 + 전입신고)에 확정일자가 더해질 때 비로소 생깁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확정일자만 받고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우선변제권은 생기지 않습니다.
전세권은 등기부에 올리는 물권입니다.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 등기해야 하고, 등기되는 순간 그 순위로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생깁니다(민법 제303조 제1항).
그래서 정확히 비교하려면 이렇게 놓아야 합니다.
전세권등기 vs 전입신고 + 확정일자로 만든 주임법상 임차권
앞으로는 이 대비로 설명합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1. 전세권등기가 있어도, 전입과 거주를 잃으면 주임법 보호는 사라집니다
두 권리는 별개입니다. 하나를 얻어도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고, 하나를 잃어도 다른 하나가 대신 막아주지 않습니다. “전세권등기를 했으니 이사 가도 되겠지”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둘 다 갖췄다면, ‘어느 지위로 배당요구했는가’가 결과를 가릅니다
두 지위를 모두 갖춘 경우에도 자동으로 이중 보호되는 것은 아니고, 경매에서 어떻게 권리를 신고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배당요구서에 무엇을 적었느냐가 결정적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갈리는 차이
여기서 가장 실질적인 차이는 경매를 바로 신청할 수 있는가입니다. 확정일자만 있는 임차인은 보증금반환소송에서 이겨 판결을 받은 뒤에야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어 통상 수개월이 더 걸립니다. 전세권자는 전세금 반환이 지체되면 판결 없이 임의경매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단독주택·다가구주택에서 건물에만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 배당 대상은 원칙적으로 그 건물의 매각대금입니다. 반면 주임법상 임차인은 대지의 환가대금에서도 우선변제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토지 가치 비중이 큰 물건일수록 이 차이가 커지므로, 물건 유형에 맞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