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은 묶여 있는데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보증금을 받을 권리 자체를 넘기거나 담보로 잡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족에게 넘기기도 하고,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이 담보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넘긴 쪽도 받은 쪽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확정일자를 받아 둔 보증금이니 순위도 함께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경매가 시작되면 결론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대법원 2010다10276
저축은행이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으로부터 담보 목적으로 보증금반환채권을 넘겨받은 뒤, 경매에서 우선배당을 주장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차권과 분리되어 보증금반환채권만을 넘겨받은 사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차인이 아닙니다. 담보 목적으로 넘겨받은 경우에도 같습니다. 그 사람은 일반 금전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우선변제권은 그 집에 살면서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제도입니다. 돈 받을 권리만 떼어 산 사람은 그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넘긴 임차인이 대신 배당요구를 할 수는 없나요
그것도 안 됩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임차인도 이미 채권을 넘긴 이상 대신 배당요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양수인은 우선변제권이 없고, 양도인은 권리를 넘겨 자격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확정일자로 확보해 둔 순위가 아무에게도 남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 논점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배당요구 자체를 놓쳤을 때의 문제는 배당요구를 안 했는데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나요 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금융기관은 예외입니다
2013년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7항이 신설되어 일정한 금융기관이 보증금반환채권을 넘겨받는 경우에는 우선변제권도 함께 승계되도록 정해졌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운영하는 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채권을 넘겨받는 구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것은 법으로 정한 예외입니다. 위 2010다10276 판결은 특례 대상이 아닌 일반 양수인에게는 지금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개인이나 대부업체에 넘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 예외도 내가 전출하면 깨집니다
승계된 우선변제권이 무조건 유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 2022다255126
보증기관이 제3조의2 제7항에 따라 보증금반환채권을 넘겨받아 경매에서 배당요구를 했는데 일부만 배당받자, 낙찰자를 상대로 잔액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두 가지를 밝혔습니다.
첫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함께 가진 임차인이 배당요구로 전액을 배당받지 못하면 대항요건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임대차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 법리는 채권을 승계한 금융기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둘째, 그래서 임차인의 인도와 주민등록이 유지되고 있는 한 낙찰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보증기관에 대위변제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를 집니다.
뒤집어 말하면 임차인이 전출하는 순간 그 전제가 무너집니다. 보증기관이 돈을 대신 내주었더라도 회수의 발판은 임차인의 대항요건입니다. 그래서 보증기관은 회수가 끝나기 전 임차인의 전출을 통제하거나 임차권등기를 요구합니다.
보증기관에 지급을 청구한 뒤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마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질권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전세자금대출에서 은행이 잡는 질권은 채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담보로 잡아 두는 것입니다. 채권은 임차인에게 남아 있고, 은행은 직접 청구할 권한을 갖습니다.
질권이 걸린 보증금을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는지는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보증금은 누구에게 편에서 정리했습니다.
양도는 권리 자체가 넘어가고, 질권은 담보로 붙습니다. 우선변제권이 따라가는지를 볼 때 이 차이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