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중개사가 선순위를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았거나, 이중계약에 가담했거나, 집주인 말만 믿고 잘못된 설명을 했습니다. 소송으로 중개사 책임이 인정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을 들고 가 보니 중개사 명의로 된 재산이 없습니다. 사무소는 폐업했고 통장은 비어 있습니다.
이때 보게 되는 것이 공인중개사협회 공제입니다. 중개사는 개업할 때 공제에 가입해야 하고, 중개 과정에서 손해를 입힌 경우 그 공제에서 보상이 나옵니다. 문제는 어떤 사고가 공제 대상이 되고 어떤 사고가 안 되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대법원 2010다101776
공제금 분쟁의 기본 틀을 정리한 판결입니다. 세 가지가 나옵니다.
1. 공제는 보증보험에 가까운 성격입니다
협회 공제는 상호보험과 비슷하고 보증보험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중개사가 협회를 속이고 공제에 가입했더라도, 협회는 그것을 이유로 공제계약이 무효라거나 취소한다고 선의의 거래당사자에게 주장할 수 없습니다.
중개사와 협회 사이의 문제로 피해자의 청구를 막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2. 보상한도는 공제사고 1건당입니다
공제증서에 적힌 보장금액은 기간 전체를 통틀어 그만큼만 준다는 뜻이 아니라, 공제사고 1건당 보상한도라고 보았습니다. 한 중개사가 여러 사고를 냈을 때 결론이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그 보장금액의 최저 기준은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이 정합니다. 개업공인중개사는 2억 원 이상, 법인은 4억 원 이상이고 분사무소를 두면 한 곳마다 2억 원이 더 붙습니다. 실제 가입 금액은 공제증서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기대치를 낮춰 잡으셔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 사고에 피해자가 여럿이면 그 한도를 나누어 받게 되는 국면이 생깁니다. 다가구 한 채에서 임차인 여러 명이 같은 경위로 피해를 본 사건이 그렇습니다. 보증금 전액을 공제로 회수하는 그림을 먼저 그리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3. 소멸시효는 공제사고를 안 날부터 갑니다
기산점은 계약일이나 중개일이 아니라 공제사고를 안 날입니다. 보증금을 못 받는 상황이 드러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실무에서 다투어집니다.
어디까지가 중개행위인가요
공제는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를 보상합니다. 그래서 문제의 행위가 중개행위였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첫 관문입니다.
대법원은 그 판단 기준을 이렇게 세웠습니다.
대법원 94다47261
중개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밖에서 보아 거래를 알선하는 행위로 보이는지만 봅니다.
범위는 계약서에 도장 찍는 순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5다55008
계약이 체결된 뒤 보증금 지급, 목적물 인도, 확정일자 취득 같은 이행 과정에 관여한 것도 중개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잔금 단계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해서 공제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중개사가 직접 거래당사자였다면
여기서 결론이 뒤집힙니다.
대법원 2010다101486
자격증을 빌려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던 사람이 이미 남에게 팔아넘긴 오피스텔을 자기가 임대인 행세를 하며 임대해 보증금 3,000만 원을 가로챈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사회통념상 거래당사자 사이의 임대차를 알선·중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공제책임을 부정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중계약이나 임대인 사칭형 사건에서 공제금 승패를 가르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계약서상 임대인이 누구로 적혀 있었는지, 돈이 누구 계좌로 들어갔는지, 중개사가 어느 자리에 서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중개사가 고의로 속였는데 제 부주의를 따지나요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피해자 과실을 따져 배상액을 줄이는 과실상계가 흔합니다. 그런데 고의로 속인 사건에는 제동이 걸립니다.
2010다101776 판결이 인용한 법리입니다. 속여 놓고 속은 사람 탓을 하는 주장은 받아 주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모든 사건에서 과실상계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의가 아닌 설명의무 위반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등기부를 확인했는지 같은 사정이 고려됩니다. 감액 비율에 관한 대법원의 정해진 기준은 없고 사건마다 달리 판단되므로, 몇 퍼센트라고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