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할 때 중개사가 등기부를 보여 주면서 “신탁이 걸려 있는데 잔금 때 말소되니까 괜찮다”고 했습니다. 계약 상대는 신탁회사가 아니라 원래 집주인, 그러니까 위탁자였습니다.
그런데 잔금을 치르고도 신탁은 말소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등기부상 소유자는 신탁회사이고, 신탁회사 승낙 없이 맺은 임대차는 신탁회사나 새 매수인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때 나오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중개사가 이걸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대법원 2023다224327
대법원은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을 중개할 때 공인중개사가 지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첫째, 신탁관계를 조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에 신탁이라는 글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둘째, 중개의뢰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해야 합니다. 신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등기부 본문이 아니라 신탁원부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신탁관계가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 법적인 의미, 효과를 설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예로 든 설명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설명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판단의 요지입니다. 원심은 중개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법원이 이를 파기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왜 신탁원부를 봐야 하나요
등기부에는 “신탁”이라는 표시와 신탁등기 접수번호 정도만 나옵니다. 정작 중요한 조건은 신탁원부에 적혀 있습니다.
신탁원부에 적힌 내용은 등기의 일부로 취급됩니다.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래서 계약 전에 떼어 봐야 하는 서류입니다. 등기소에서 발급받습니다.
임차인 쪽에서 이 구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신탁된 집인데 위탁자가 소유권을 되찾으면 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잔금으로 신탁을 말소한다는 특약이면 된 것 아닌가요
실무에서 가장 많이 보는 문장입니다. “잔금 지급과 동시에 신탁등기를 말소한다.”
이 특약만 적어 두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이 요구한 것은 신탁원부 제시와 법적 효과의 설명이지, 말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특약은 약속일 뿐이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임차인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가 설명의 대상입니다. 말소가 안 되면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이 임차인이 계약 여부를 정할 때 알아야 하는 정보입니다.
계약을 하실 거라면 특약과 별개로 수탁자 명의의 사전 승낙서를 서면으로 받으셔야 합니다. 구두 동의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는 어떻게 적혀 있어야 하나요
확인설명서에 “신탁”이라고 한 줄 적혀 있는 것과,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한 것은 다릅니다.
분쟁이 생기면 확인설명서와 계약 당시 주고받은 자료가 증거가 됩니다. 계약하실 때 이 정도는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중에 책임을 묻는 국면에서 다투게 되는 지점이 보통 여기입니다. 설명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두고 말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